단 한마디의 발명조차 하지 않고 지그시 두 눈을 감아버린 충녕의 목 위로 드높게 검을 치켜든 양녕은 마침내 경천동지할 결단을 내리고야 마는데... 애끓는 원경왕후의 외침은 양녕의 귓가를 허망하게 스쳐지나간다.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느낀 원경왕후는 태종에게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띄우고... 태종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맞수로 다가서는 중전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.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복잡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한 왕자의 서글픈 탄식소리는 무겁게 공기를 누르며 내려앉는데...